JB칼럼
- 작성자홍보과
- 작성일시2018/04/24
- 조회수3050
대학에 다닐 때 한문학을 전공한 필자의 주변에는 애주가들이 굉장히 많다. 수주 변영로 선생의 ‘술 취한 일화’는 많은 논객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당시 그러한 일은 낭만이라는 글자의 뒤에 숨어서 풍류가객들의 호방함이라고 하였다. 술을 즐기지 않던 만해의 시에도 술에 관한 시어가 굉장히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조지훈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정을 마시는 것”이라고 하여 음주생활을 미화하였다. 그래서 필자도 신입생 환영 MT를 가면 항상 술 마시는 법(주도)을 강의 한다. 실제로 술을 놓고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어른과 술 마시는 방법을 일러준다. 대작, 자작, 수작, 첨작 등의 용어도 알려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작부린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 단어다.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시되 입술을 빌려달라고(?) 할 수 없으니 자신이 마시던 술잔을 상대 여성에게 주는 것이 ‘수작’이다. 술잔을 통해 입을 맞추자는 불건전한(?) 사고방식에서 유래한 주법이다. 아무튼 대학시절에 술을 마시고 세검정에 뛰어 들었던 친구(지금은 은퇴교사), 한 겨울에 산정호수에 뛰어들었던 친구(지금은 교감), 술에 취에 필자의 어깨에 오줌을 싼 술고래 여학생(업고 가다가 너무 무거워서 어깨에 메고 가는데 실례를 했다) 등등 책 한 권도 넘을 정도로 술친구들의 이야기는 많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항상 해야 할 일이 있다. 뒷정리 다 하고 친구들 집에 가는 버스나 택시 태워주고 제일 많이 취한 친구 집까지 바래주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학에 다닐 때 성신여대 근처 친구집과 성남에 있는 친구집을 제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 성남 가는 66번 버스를 타면 공수부대를 제대한 친구가 항상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불렀다. 군대에서 부르는 음란한 노래를 차 안에서 부르면 모두들 자리를 피하거나 속으로 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 친구가 이 글을 읽는다면 얼굴이 붉어질 것이다. 작년에 퇴직해서 지금은 서민으로 돌아왔다. 대학생활은 이렇게 술 취한 친구들 뒷정리 하면서 보낸 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추억은 필자를 가끔 웃게 만든다.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바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과거에는 술 취해서 그랬어요.”라고 하면 관대하게 넘어가곤 했지만 요즘은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 시대가 되었다.
태평양에 빠져 죽은 사람의 수보다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의 수가 10 배나 많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