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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글의 가치를 높인다
  • 작성자홍보과
  • 작성일시2018/04/24
  • 조회수3089

스토리가 글의 가치를 높인다  사진1

[경기시론] 스토리가 글의 가치를 높인다


 


<전미옥 / 중부대 교양학부 교수 / 경기일보 / 2018년 4월 24일>


 


몇 번 보지는 않았지만 보통 가정을 찾아가 그 가정의 이야기를 듣는 ‘한끼줍쇼’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 선수와 심석희 선수가 태릉선수촌 주변 동네를 찾았을 때, 바로 그 동네에 살았던 절친한 친구는 참으로 아쉬워했다. 한 길만 건너서만 왔어도 자기 집 문을 두드릴 확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 친구에게 그들이 왔다면 무슨 이야기를 할 거냐 물었더니, 5년 정도 태릉선수촌에서 봉사를 했던 이야기를 할 거라 했다. 두 선수의 동료인 다른 쇼트트랙 선수들과 교류했던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내가 다 아쉽다. 내 친구의 집은 제작진 입장이라면 그 동네와 그 선수들에게 맞춤한 이야기를 펼쳐 놓을 수 있는 구미가 당기는 좋은 가정이었다.

유명인들의 이야기는 늘 인기지만 보통 사람, 보통 가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건 의외일지 모른다. 처음엔 인기 있는 진행자와 매주 바뀌는 유명 연예인들의 힘만으로도 한두 번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내 이웃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공감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면 지금만큼의 인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다들 앞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며 사는 삭막하고 냉랭한 일상에서 이 프로그램은 보통 사람들의 다채로운 생활과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고 내 삶을 돌아보고 응원하게 만들며, 때로 타인에게 마음을 내줄 여유를 되찾게 한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야기는 사람을 끌어당기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쉽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한번 들은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중간에 듣다 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안달이 날 정도로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고대 유물 같은 골동품의 가치가 천문학적인 건, 희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희소성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유물이 얼마나 오래됐느냐보다 그 유물을 어디서 누가 어떤 때 사용했는지가 훨씬 중요하고,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물건은 비싸게 거래된다.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모든 행위에서도 스토리의 위력은 변함이 없다. 이 모든 행위가 본능적으로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글쓰기도 사실만을 나열하면 독자의 마음을 설득할 수 없다. 설득은 ‘느낌’이 한다. 그런 ‘느낌’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다. 


지금은 모든 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잘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음으로써 감성이 자극되면 공감이 일어난다.

개인이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를 홍보하는 자기소개서, 한 장의 기획서를 잘 쓰려면 이처럼 자신과 기획서의 가치를 높여줄 자기만의 스토리 발굴이 필요하다. 나를 관심 갖고 바라보게 하려면 스토리의 힘을 빌리는 것이 확실히 효과적이다. 딱딱하고 건조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말랑말랑하고 촉촉한 감성을 가진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의 글쓰기는 최종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설득력을 높이고 가치를 드높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잘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이야기의 색깔은 달라도 이야기의 분량은 있다. 오늘 한번 생각해보자.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서 내 집 문을 두드린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그 상상을 통해 정리한 나의 스토리를 차분하게 글로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