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시
- 작성자사진영상학전공
- 작성일시2024/08/02
- 조회수248
한○주 학생 작품
아름답고 쓸모없기를_2024
-작가 노트-
나의 가장 어린 불안은 엄마가 나를 두고 어디 가는 것이었다.
그 기억들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사진은 나를 두고 어디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두고 어디 갈 수 있다.
내 사진은 매번 다른 사람이 찍은 것처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사진들을 두고 도망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들은 거기에 있다. 가끔 사진을 꺼내어 봐도 여전히 ‘있다’.
사진은 나를 특정 시간과 장소에 고정시켜 박제한다. 그렇게 들켜버린다.
횟집 앞에 나보다 죽음에 훨씬 가까운 것들을 찍을 때 무언가 나를 관통함을 느꼈다.
감상적 사고지만 플래시를 터뜨리면 그것들의 눈이 멀까 봐서 플래시도 못 터뜨리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것들을 회 뜨지 않고 지나치는 것 뿐이고..
이런 건 키워본 적도 없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런 무능을 살면서 자주 느낀다. 버려지는 기분은 그런 거다.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횟집 생선 따위와 동일시되는 순간. 다만 계속 걷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횟집 앞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도 하고, 1호선 광인처럼 중얼거리며 지하철을 타고, 귀신에 씌인 것 같다고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