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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형사의 일상속으로!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3/13
  • 조회수2220

女형사의 일상속으로!  사진1

이 선배가 사는법 여형사의 일상속으로! 대전 둔산경찰서 최현주( 경찰행정학과 98학번)

나른한 일요일 아침. 늦잠을 자도 어떤 누구도 무어라고 할 명분이 없는 나만의 시간. 전화벨이 울린다. 아침 7시 30분 알람은 어제 저녁 해제시켰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눈을 뜨지도 않고 전화기를 찾아들고 받았다.

“최형사! 아침에 잠 깨워서 미안하다. 그런데 좀 나와 줘야겠다.”

“왜요! 팀장님.”

“우리 지금 큰 건하러 가는데 최형사가 나와서 자료 좀 찾아주고 이놈들 추적 좀 해줘야겠어. 되는대로 빨리 나와. 안 씻어도 이쁘니까. 얼른.”라고 말하고는 싫다는 아니 안 된다는 변명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뚜-하는 신호음 소리만 들린다.

유일한 나의 늦잠 자는 요일을 침해한 사람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는 유일한 이유이기에 나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적당히 눈곱만 떼고는 차에 시동을 건다. 시간적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시간을 오늘도 가지는 구나하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신호등 3개쯤 지나고 나니 짧은 출근거리지만 늦잠에 대한 동경은 잊은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형사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밤새 피워댄 담배연기가 이곳저곳에서 빠져나가느라 내 목이 탁하다. 한쪽에서 우글우글 모인 형사들의 틈에서 손 하나가 삐져나와 나를 오라 손짓한다. 신은 둥 마는 둥 한 내 운동화의 터벅터벅 거리는 소리가 마치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다. 왜 이 아침에 불러냈냐고...

팀장님이 미안하셨던지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내주시고는 앞으로 내가 도와줄 일을 설명해주시며 긴장된 표정과 결과예측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이 수시로 변한다.
설명을 듣고는 검거현장에 따라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내가 여기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반복 설명하는 팀장님의 입장을 이해하기로 했다.


곧 팀장님과 그 일당들은 모두 전주로 출장을 떠난 뒤 넓은 형사계는 내차지가 되었다. 물론 저쪽 끝 책상에는 오늘 지구대에서 인계하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휴일을 담보 잡힌 형사 2명이 사건 서류와 씨름을 하고 있다.

갑자기 이 넓은 사무실에 책상과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앉은 키 작은 나 혼 자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달력을 보다 문득 월급날임을 알고는 명세서가 궁금해져 경찰청 홈페이지로 접속을 해서 이번 달 월급은 얼마인가하고 알아보았다. 항상 그 수준이다. 가만히 바라보다 페이지 왼쪽 귀퉁이에 조그맣게 쓰여진 ‘3’이라는 숫자가 새삼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3호봉이 되었구나하는 생각에 탄성이 조용하게 새어나온다.
대학생활을 마친지 3년, 내가 첫 직장을 가진지 3년, 돈을 벌기 시작한 지 3년,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대전 둔산경찰서 최현주씨의 웃는 모습 직업이란 굴레 안에서 생각해보면 대학생활이 그리운 건 당연하다. 학교가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한번 걸음하기가 힘이 든다. 특정한 날이 되어 교수님을 찾아뵙는 것도 힘이 들고 동문회가 있음 막상 갈수 없도록 일이 생겨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경찰서에서 하루 일과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나면 조용한 저녁 사무실에 혼자 앉아 제정신을 차리고 나면 그 때부터 향수처럼 기억들이 떠오른다.

내가 대학교 때 소원하던 ‘듬직한 회사 속의 내 책상을 갖는 것’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히 운동하고 보냈던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다. 특히 더욱 향수에 젖게 하는 것은 그 때의 사람들이다. 그들도 지금은 자신의 책상 앞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있겠지만 나와 똑같이 그 때를 그리워 할 것이다. 그래서 그 때의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들었던 음악을 찾아 들어도 본다. 
4년간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난 학교에 몸을 담은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담고 있었던 것이다.

형사들이 전주 톨게이트를 진입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부터 위치추적과 각 팀들간 연락체제를 유지하며 위치를 알려주는 일이다.

위치추적을 하는 일은 현장의 지리감이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모르더라도 어디로 차를 몰아갈지 예견을 하고 앞선 곳의 지표를 일러주어야 위성을 ?는 위치의 시간차를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내 말 한마디에 따라 범인을 잡느냐 놓치느냐 결정이 된다. 컴퓨터 작은 화면 속에서 형사들과 강?절도범들이 이리저리 쫓고 쫓기는 모습을 보면 매번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작은 아이콘들이 건물인체 서있고 조그맣게 그려진 선 위를 움직이는 작은 모양의 자동차. 어떻게 이런 과학기술이 발달이 되어 수사에 접목이 되었나 싶고 디지털 수사에 새삼 뿌듯함을 느낀다.

30초 간격으로 위치추적 하기를 수 십 번. 드디어 범인들의 차가 섰고 정확한 번지를 알려주기를 마지막으로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우리 형사들이 몸 성하게 범인을 잡아내는 것뿐이다. 위치추적 과정에서 느끼는 긴장감과는 또 달리 더 이상 내가 해줄 것 없는 이 작업공황상태에서 오는 긴장감. 이제 순전히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머릿속에서는 현장 상황을 내 멋대로 그려보기도 한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약 15분 정도 후 팀장님께서 보낸 여유 있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 땄다 (잡았다라는 말을 보통 형사들이 이렇게 표현한다).” 이렇게 통쾌하고 짜릿한 말을 일반인들은 모른다. 나는 체포과정을 보지도 못했는데도 이렇게 좋은데 현장에서 직접 손맛(수갑을 채운다는 말)을 보는 동료 형사들의 쾌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잡는 게 형사다.”라고 항상 주장하는 형사들은 이 맛에 형사라는 험한 위치를 버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단잠을 깨운 일요일 아침, 전국을 무대로 총 42회에 걸쳐 강도짓을 한 편의점 2인조 강도를 잡는 대 프로젝트는 끝이 났다. 이런 일상들은 검거를 위한 단 하루의 일이지만 이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수일동안 잠 못 자며 데이터를 뽑고 출장을 다니며 첩보를 수집하여 이루어 낸 일이다. 그 날 밤 모두들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그동안의 노고를 날려 버렸다.


내가 하는 일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만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직은 신참이라 다는 모르지만 오로지 하나의 목적으로 뭉쳐지는 우리가 있기에 사회는 조금이나마 평안하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사는 방식, 하고 있는 생각들이 평범한 여성들과 많이 다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힘든 일에 투신하는 형사가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