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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 울려퍼지는 8분음표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4/08
  • 조회수17892
시골마을에 울려퍼지는 8분음표, 김태희, 음악학과, 02

작년 9월 대학생활의 마지막 학기가 시작될 즈음, 과사무실에서 일명 '과순이'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금산의 상곡초등학교의 피아노 강사. 비록 정식교사는 아니지만 평소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던 나에게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후 시간에 잠 시 시간을 내서 수업을 하면 되고, 학업에도 크게 지장을 받지 않았다. 8개월째 아이들을 만나면서 도시의 아이들과는 다른 순박함과 정겨움을 느꼈다. 그리고 아직도 처음 교실에 들어섰던 순간 나를 반기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집 근처 학원 혹은 개인 레슨을 통해 만나던 아이들과는 또 다른 눈빛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내 휴대폰을 참 좋아한다. 주변에 휴대폰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최신형인 내 휴대폰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강의 중 문자가 들어올 때면 아이들의 눈은 반짝 빛난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온다. "선생님 전화 왔어요. 전화 받으세요." 처음에는 난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진동으로 해놓지 않은 나의 실수에 민망해 하고 있는데 정작 아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선생님을 나무라는 듯하다. 한쪽 눈을 찡긋 감고 배시시 웃어버리지만 아이들은 이상하기만 한 것 같다.


나와 밥을 먹는 것도 참 좋아한다. 조금은 쑥스러워 서로 눈치를 보며 나를님 챙기기 바쁘다. 녀석들의 정직한 순수함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이런 작은 하나하나의 기억들이 모여 내겐 커다란 보물 상자가 될 것이다. 대도시를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도 너무나 상쾌한 공기와 공기를 닮아서 인지 푸르름을 간직한 아이들의 눈빛, 그리고 자연의 추임새를 따라 울려 퍼져나가는 피아노 소리까지 내 마음속을 가득 채워 버린 행복의 요소들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듯 어느새 아이들의 고운 마음을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에게 피아노 지도하는 모습학교를 졸업한지 2개월. 매번 출근하면서 학교를 지나치고 있어서 그런지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문에 들어서면 4년 동안 날 반겨주었던 나무며, 건물들이 안부를 건네 올 것만 같다. 지난 시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이젠 추억으로만 간직할 수밖에 없음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아이들을 보면서 숨가쁘게 지나왔던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고3의 퍽퍽함 앞에 잘 견뎌낼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기우에 불과하겠지만 이런 마음이 '선생'의 마음이 아닐까. 가르치는 자로서의 사명감이 무거운 짐이 아닌 자긍심으로 다가옴을 알겠다.


작은 인연으로 시작된 상곡초등학교에서의 피아노 강사 일이 내게는 어느 직업보다 소중하다. 내가 선생님으로서 한발짝 더 나아가는 순간이면서 아이들에게 따뜻함과 선함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다는 믿음으로 어느때보다 헛되지 않게 나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 7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영어학원에 갈 채비를 하고 오후가 되면 아이들을 만난다.


항공기가 이륙을 하기 전까지 모든 에너지를 모아 활주로를 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활주로에서 바퀴를 떼는 순간 비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 비상을 할 수는 있는데 혼신을 다해 에너지를 모으지 못해서 혹은 활주로에 바퀴를 떼는 게 두려워 주춤하고 있는 건 아닌지. 꿈은 이루어지지만 준비된 자에게만 그 영광이 주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하자.


요즘은 음악교사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위해 담금질하고 있다.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서 그 믿음은 더욱 굳어져 간다.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어디에서든 나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전공을 살리며 일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내 꿈에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오늘도 나의 발걸음은 아주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