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학안내

자본주의의 꽃... 그 곳에 라스베가스는 없었다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4/08
  • 조회수2387

자본주의의 꽃... 그 곳에 라스베가스는 없었다 사진1

자본주의의 꽃... 그 곳에 라스베가스는 없었다, 주 비앤씨 A.E. 오준민, 광고홍보학과, 96

1999년 당시 모방송사에서는 ‘광끼’라는 청춘드라마를 방영했었다. ‘광고를 만드는 끼 있는 아이들’이란 뜻의 이 드라마는 광고동아리를 중심으로 전문대생들의 열정과 좌절을 그린 드라마로서 현재는 톱스타라고 불리우는 원빈, 이동건, 양동근, 최강희, 배두나 등의 젊은 스타들이 중심배역으로 출연했었다.


당시 난 군대를 갓 전역한 후 정신없는 캠퍼스생활을 하던 2학년 예비역복학생이었다. 솔직히 내가 광고학도이긴 했지만 ‘광끼’라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걸로 기억된다. 학과 내에서 학생들 사이에 드라마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기도 했 지만, 사실 그 때 난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드라마에 빠져 지낼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광고문구 한 줄에 매료되어 광고계를 동경했듯이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그 드라마를 보면서 광고인의 길을 꿈꿨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지난 1월 북한 최초의 광고대행 사인 ‘조선광고회사’가 생겨나면서 광고에 대한 중요성과 대중성의 의미는 한층 더 커졌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간혹 TV를 보면 광고회사 기획실장이 드라마 속 화려한 싱글로 등장하곤 하며 광고회사가 대학생들의 선호직장으로 손꼽히는 경우도 있다. 나 역시 나름대로는 그렇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많지 않은 나이에 연간 300억대 취급고를 올리는 독립광고대행사의 차장이자 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혼자 오피스텔에 살며 나만의 생활을 즐기고 있고, 또 쓰기에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연봉도 받 고 있다. 그리고 광고계에서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꽉찬 5년차 A.E 이다.
물론, 첫 직장에서의 힘들었던 과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침 8시까지 출근해 새벽 1시가 되어야 마칠 수 있었던 신입사원 시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졸음을 참고 책을 읽어야 했던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겨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내가 안정된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며 부러워하고 있지만 내가 표현을 않할 뿐이지 아직 그건 진실이 아니다.


이쪽 사람들은 광고업을 3D 업종(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직업 분야의 산업)이라고 흔히 부르곤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광고대행사 A.E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삼성이나 LG, 롯데, 두산 같은 대기업들은 흔히 하우스에이전시라 하여 광고대행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기획(삼성), 대홍기획(롯데), 오리콤(두산)같은 메이저급 광고대행사에는 앞에 ‘독립’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물론 메이저로 대변되는 만큼 입사하기도 굉장히 어렵지만 그만큼 근무조건이나 환경도 탁월하다. 반면에 독립광고대행사의 경우는 수많은 경쟁업체들과의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거쳐 광고주를 수주하게 되고, 적잖은 로비도 필요하다. 또한 광고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진행되는 캠페인을 성공리에 마무리 짓는 일은 하루 24시간의 고민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광고수주 단계에서 캠페인 종결단계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피 말리는 싸움인 것이다. 특히, A.E들에게는 더욱 심하 다.


보통 열흘정도 소요되는 경쟁 프리젠테이션 준비기간에는 수험생보다 심한 잠과의 싸움, 그리고 심한 두통에 시달릴 만큼의 아이디어 전쟁을 벌인다. 그만큼 사활을 걸고 준비한다는 말인데, 그보다 더 애타는 기간은 경쟁 프리젠테이션 후 대행사 선정결과를 기다 리는 2~3일의 시간이다.
예전 80억 예산의 캠페인에 대한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나는 내 후배에게 ‘내 심장에 칼을 꽂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과를 기다리는 A.E의 마음은 그만큼 떨리고, 힘이 들고, 두렵기까지 하다. 결국 경쟁업체에 밀려 그 광고를 수주하 지 못한 나는 몇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야 했고, 또 몇일 밤을 술로 보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내가 그 광고수주에 성공했다면 파격적 연봉인상과 개인 브랜드 상승으로 지금의 내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광고대행사를 ‘자본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히 A.E를 ‘광고대행사의 꽃’이라고 부른다. 광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하며 개성짙은 구성원들의 조화와 각 부서 간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 이다.


‘꽃 중의 꽃’ A.E는 운과 능력에 따라 화려한 생활을 할 수도 있고, 또 그 이면에는 많은 애환도 숨어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애환이 더 많은 직업임은 확실하다. 광고는 돈을 떠나 스스로 광고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들 한다. 만약 광고 자체에 대한 깊은 동경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광고라는 그 때깔에 대한 동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꿈꾸었던 곳, 그곳에 라스베가스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믿고 있다. 내가 꿈꾸던 라스베가스는 원래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열정으로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