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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첫 발걸음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4/08
  • 조회수2296

공간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첫 발걸음 사진1

공간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첫 발걸음, A&A, 장소연, 인테리어학과, 02

1999년에만 해도 인테리어란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디자인분야의 일이었다. 막연히 미대에 가겠다고 작정한 나는, 미대에 가서 무엇을 할까라는 생각보다는 폼 나는 디자인과에 다니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 때 나이가 열여덟이었으니까. 뭇 어른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꾸지람을 하질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미대란, 아니 디자인대학이란 내가 인생을 보다 폼 나게, 남들보다 인생을 멋지게 살 수 있는 수단이자 방법이라 여겼던 게 아닐까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귀여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디자인이란 우리가 사는 모든 것들에 접해져 있는 것이다.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자인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먹고 자고,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혹은 영화를 보고, 휴식을 취하는 모든 일들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폼이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 중에서도, 더욱더 폼이 나는 “공간 디자이너” 바로 그것의 매력이 날 이끌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라 여겨진다. 어느 높은 사람일지라도 내가 구획해놓은 공간 안에선 내 의지대로 사람들을 움직일 수도, 공간을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 이 나에겐 꽤 흥미로운 일로 여겨졌었나 보다. 물론 나는 입사 8개월 차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한지 1년 도 채 되지 않은 말 그대로 초짜! 인 것이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뛰어들 게 된 나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산업디자인학부로 입학한 나는 2학년에 올라가자 전공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였다. 그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인테리어가 정확히 뭘 하는 거지? 정 말 힘들다던데..여자로서 무척이나 힘들다는 선배님들의 조언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정말 많이 틀리다는 실무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정말 재미있을까? 내 평생 직업으로 선택해도 후회가 없을까?’ 등등의 수많은 고민들이 내 머릿속을 헤엄쳐 다니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테리어 디자인에 속하는 “설계” 수업의 성적보다 “제품디자인” 수업의 성적이 월등히 높았던 나로선, 더욱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나의 길이 아주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던 계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성적 중에 제품 디자 인보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성적이 낮았기 때문이었다. 의아해 할 지 모르지만, 성적이 낮은 과목에 대한 자존심이 상했던 것일까 날 무척이나 자극했고, 도전장을 내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어찌보면 터무니없는 계기일지 모르나, 누구에게나 그렇게 기회라는 것이 은근슬쩍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난 인테리어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처음부터 나에겐 너무나도 벅찬 과제들과 서적들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점수에 유난히 목숨을 걸 던 나에 게 대학 전공 4년 동안은 사실 지금 직장생활보다 너무나도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렇지만, 힘든 만큼 재미있었고, 힘든 것도 잊을 수 있을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들이었다.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공간의 디자인하고 예쁜 가구를 그려 넣고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고 더 나아가 내 인생을 평범하지 않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작업들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이제 4학년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또 한 번 기로에 놓여진 나는, 이제 내가 사회 초년생으로 나가야 할 길, 첫 발을 내딛어야 할 길을 찾는데 또 한번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4학년 학기 초.. 매 년 열리고 있는 “학술세미나” (유명한 디자이너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학과 행사)가 열리게 되었다. 그 세미나 역시 유명하신 “로담 건축의 김영옥 소장님” 그리고 “에이엔에이 건축의 신구철 소장님” 이 주인공이셨다. 인테리어 계에 내로 라하는 두 분의 강의는 우리를 주목시키기에 충분했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연예인이라 불릴 정도의 인기에 힘입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첫 번째 강의를 맡으셨던 신구철 소장님의 주제는 유럽풍 인테리어를 주로 하신 분이셨는데, 내가 생각해왔던, 내가 하고 싶어 했던 작업들을 하는 회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회사 홈페이지를 보며 강의 하시는데, ‘졸업하면 저 회사에 들어가고야 말겠다!’ 라는 작정아닌 작정을 하게 되었다. 워낙 주택에 관련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특히 유럽건축이나 인테리어 모든 디자인 전반적인 것들에 매우 흥미를 느껴 중세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터라 더욱 친근감 있게 느껴진 회사였다. 가장 중요한건 사 람을 위한, 사람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회사와 나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 나는 졸업 작품을 마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내가 가고 싶은 회사들의 리스트를 뽑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난 어딜 가도 자신감이 넘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대학에 입학하며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과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 이유에선지 어딜 가도 쑥쓰러워 한다거나 고개를 떨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돌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면접을 치러냈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정말 잘해보겠습니다 뭐든 시키는 일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정말 날 면접하시던 분들이 속으로 얼마나 웃으셨을까 싶다.


내가 원하는 회사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난 이제 사회인이었기 때문에, 무모한 짓을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총 다섯 군데에서 면접을 봤고, 네 군데 합격통지를 받았다. 눈이 너무 높았을까, 흡족한 곳이 없었다. 다른 회사에 들어가 한 달간 일을 했지만 내 목표였던 회사에 대한 미련이 가시질 않아 회사에도 나 자신에게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운명이었을까! 수시로 들락거리던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에 공지가 떴다! 신입사원 모집이라는! 정말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난 포트폴 리오를 재점검하고 면접을 보러갔다. 자신이 꿈꿔왔던 어떤 일이 정말 닥쳐오면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경험했다. 면접과 동시에 바로 다음날 출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내가 원하던 곳에서, 내가 준비했던 곳에서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첫 테잎을 끊게 되었다.


후배들에게 내가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은, 목적의식과 목표를 가지라는 것이다. 목표를 가지게 되면 나도 모르는 능력이 발휘되는지, 언젠간 그 목표 앞에 서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 목표의 인물을 정하고 항상 주문을 걸면, 물론 열 심히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 언젠간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고되고 힘든 일들이 많다 때론 현장에 나가 감리도 해야하고 꽃꽃이까지.. 그리고 때론 준공청소부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공간 디자이너는 디자인의 전반적인 분야를 접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야만 잘 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사전에 많은 것들을 접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디자이너란 직업이 그렇게 우아하지만은 않다는 것은 요즘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잘 시간도 모자랄 정도니까. 실로 힘들고 고되지만 그에 반하는 보람이 두 배 혹은 세 배 있는, 그런 직업이 아닐까 싶다. 디자인을 공부해보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많은 작가들과 많은 작품들을 감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밥은 2000원짜리를 먹어도 커피는 호텔에 가서 우아하게 마셔야 한다고 어느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이 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을 갖추려면 황실의 여왕도 되보고, 비록 디자이너는 다락방? 벽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얀 스케치북으로 보이고 건물외관이 단지 상자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캔버스로 여겨진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닥친다 해도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들은 없겠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 하는 후 배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내가 확실한 무언가 해답을 말해줄 순 없지만, 참 매력적인 일이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힘든 걸 모두 잊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