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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언론인 교육을 생각하며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11/04/11
  • 조회수18395
올바른 언론인 교육을 생각하며, 김재선, 신문방송학과, 학과장

흔히 언론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칼”에 비유되곤 한다. 주지하고 있듯이 칼은 양면성을 지니는 권력을 의미한다. 칼은 우리 생활 속에서 유익하게 쓰일 경우 분명 이로운 도구이지만 잘못 사용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무기로 변할 수 있다. 이와 같 이 언론도 자유민주사회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올바로 수행할 경우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공동체에 엄청난 해악을 초래하고 만다.


일찍이 토마스 에머슨(Thomas Emerson)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첫째,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을 조장하고, 둘째, 사상의 공개시장(marketplace of idea), 즉 지식의 향상과 진리의 발견을 위한 중 요한 도구이며, 셋째, 사회의 안정과 조화(safety value)의 성취수단이고, 넷째, 자기통치(self-governance)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만약 언론이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또는 오히려 언론 그 자신이 권력화 되어 언 론에 주어진 자유를 남용함으로써 엄청난 해악을 초래할 경우 우리는 그 책임을 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언론의 책임에 대한 기존의 논의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국가기구를 모독하거나 정부를 전복시키는 등 국가에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이 있을 경우나 둘째, 개인의 사생활이나 명예훼손 등 인간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경우 언론은 그에 대 한 책임을 지며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이미 언론통제를 위한 구실로 빈번히 사용된 까닭에 근래에 이르러서 언론의 책임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었 을 때에 그것을 보호하는 측면에 국한되어 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의 책임에 대한 기존의 제한된 적용은 언론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영향력의 측면에서 볼 때 이제 확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언론의 책임 문제는 단지 국가기구에 대한 직 접적인 위해(危害)여부나 개인의 가치나 명예를 기준으로 하여 평가되는 정치적, 도덕적, 윤리적인 측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동체의 이익과 이상을 위한 언론의 사회봉사적이고 계도적인 역할 즉 공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적인 역할까지를 포함 해서 해석되어야 한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말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허친스 위원회(Hutchins Commission)의 보고서에 의하면 언론이 사회적인 책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회의 다변화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둘째, 언론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고, 셋째는 언론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있어 정부에 의한 통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위원회가 주장하고 있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의 근거는 언론이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서나 여론 형성 기능에 있어 서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책임있는 공적 기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피터슨과 그의 동료(Peterson, Siebert, & Schramn, 1956)들은 현대사회에서처럼 언론이 거대한 자본가 집단으로 바뀌어 가고, 언론이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자유주의 언론의 기본가정이 허물져가는 현실에서는 언론의 자유는 곧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유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빌 코바흐와 톰 로젠스티일(Bill Kovach & Tom Rosenstiel,2001)의 경우 저널리즘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그들 스스로 자유롭고 자치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주는 것이라고 결론지으면서 이러한 목적을 훌륭히 성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9가지의 원칙 (principles)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저널리즘의 첫 번째 의무는 진리에의 기여이다. 둘째, 저널리즘은 자유시민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셋째, 저널리즘은 입증의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 넷째, 저널리즘은 그들이 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실체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다섯째, 저널리즘은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여섯째, 저널리즘은 대중과 함께 비판과 화해를 위한 場을 마련하여야 한다. 일곱째, 저널리즘은 의미있는 흥미롭고 타당한 것을 추구하여야 한다. 여덟째, 저널리즘은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뉴스를 유지해야 한다. 아홉째, 저널리즘은 자신의 도덕관념이 발휘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원칙들이 미국적 언론환경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한국언론 상황에서 얼마나 적실성있게 논의되고 적용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적어도 저널리즘의 역사적 그리고 문화적 상이성을 뛰어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언론원칙 차원에서 볼 때,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고 활동영역이 커지고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언론의 책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구현에 대한 노력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인식의 확산은 언론이 현실 적으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즉 언론은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며,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어떻게 현실을 보도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세상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언론보도의 내용이 왜곡되어 있다면 우리의 세상 인식도 왜곡될 것이요, 만약 그것이 편파적으로 과장되어 있다면 우리의 인식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때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는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는 언론인 양성의 교육 목표가 실무형 인재 양성의 추세로 급격히 변모하고 있고 이에따라 관련 전공 교과목들 역시 실무 중심 과목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결국 기술교육 위주의 추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올바른 언론교육을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 고급기술 및 실무와 관련된 교육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언론인 교육, 특히 언론철학 및 윤리교육이 뒷받침된 균형잡힌 언론교육이 절실하다.